식품기업은 왜 뷰티로 갈까? 동원·hy·하이트진로의 진출 방식
동원홈푸드의 참존 인수 추진, hy의 유산균 화장품 준비, 하이트진로의 ODM 인수까지. K뷰티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금, 식품기업들이 뷰티 시장에 들어서는 이유와 4가지 진출 방식을 정리했습니다.
Oct 21, 2026
지난 9월, 동원그룹의 식자재 유통 계열사 동원홈푸드가 기업회생 중인 1세대 화장품 기업 참존의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야쿠르트 배달(프레시 매니저)로 익숙한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화장품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 둘만이 아니다. 하이트진로, 신세계푸드, 농심, 오리온까지 식음료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뷰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먹는 것을 팔던 회사들이 왜 지금 바르는 것에 주목할까. 그리고 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왜 뷰티인가: 내수의 한계와 수출의 기회
내수 시장의 한계가 첫 번째 이유다. 내수 비중이 큰 식품기업일수록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문다. 반면 해외 매출이 80%대인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23.8%를 기록했다. 어디서 파느냐가 수익성을 가르는 셈이다.
K뷰티는 반대로 수출이 폭발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11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22억 달러)이 됐고, 수출 대상국은 202개국으로 늘었다. 국가별 화장품 수출 순위에서도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미국을 앞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일본수입화장품협회 자료로도 2024년 기준 두 나라의 화장품 수입국 1위는 한국이었다.
올해는 성장이 더 빨라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6년 1~9월 화장품 수출은 111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1% 늘어, 9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했다. 산업통상부 집계로 지난 9월 한 달 화장품 수출은 15.1억 달러(+31.4%)로 월간 역대 최대였다. 같은 달 농수산식품 수출은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 등으로 4.7% 감소했지만, 면류·소스류는 호조를 이어갔다.
원가 구조도 다르다. 식품은 밀가루·원유·설탕 같은 원재료 시세에 따라 이익이 크게 흔들리지만, 화장품은 제조 원가율이 비교적 일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정KPMG는 한국 화장품 수출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14.6% 성장했고, 한류에 기댄 일시적 유행을 넘어 제품력 중심의 구조적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판로를 넓히는 방식도 다르다. 화장품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미국·유럽 오프라인 매장 입점으로 판로를 넓히기 비교적 쉽다는 평가다. 물론 화장품도 유럽의 제품 등록(CPNP)이나 성분·라벨링 심사처럼 갈수록 엄격해지는 규제가 있다.
사례 1. 동원홈푸드: 회생 기업을 사서 시간을 산다
동원은 브랜드와 공장을 통째로 사는 길을 택했다. 동원홈푸드는 9월 22일 서울회생법원 관리 아래 진행 중인 참존 매각에서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 금액은 수백억원대로 알려졌고, 더 나은 조건을 낸 곳이 없으면 법원 허가를 거쳐 연내 마무리가 목표다. 성사되면 2024년 3월 김남정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첫 외부 M&A가 된다.
참존은 1984년 약사 출신 창업자가 세운 기능성 화장품 회사다. 국내 최초로 클렌징 워터를 내놓았고, 청개구리 마스코트와 '콘트롤크림'으로 1990년대 업계 매출 3위까지 올랐다. 이후 사업 다각화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냈고, 지난해 11월 회생을 신청했다.
동원이 노린 것은 지금의 실적이 아니라 40년간 쌓인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시설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해외 성장성이 큰 화장품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본다. IB토마토는 새 브랜드를 바닥부터 키우는 대신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사서 리뉴얼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룹 계열사 동원산업은 올해 초 메디컬 에스테틱 업체 알에프바이오의 전 대표를 경영전략 담당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동원에게는 브랜드를 사서 키운 전례도 있다. 2008년 미국 델몬트가 매각한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약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미 이름값이 있는 브랜드를 사서 시장에 빠르게 들어가는 방식이 동원에게는 익숙한 성장 공식인 셈이다.
다만 숙제가 크다. 참존은 지난해 비용 절감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매출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자본력만으로는 화장품 경쟁력이 생기지 않으며, 부족한 상품기획과 브랜드 마케팅 역량을 외부에서 채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원 측도 인수전 참여는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례 2. hy: 50년 유산균 연구를 피부로 옮기다
hy는 동원과 정반대로, 이미 가진 기술에서 출발했다. 2023년 5월 자체 개발 원료 '피부유산균7714'를 넣은 앰플을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영문 매체 KED Global에 따르면 10년의 연구 끝에 나온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3만 개 넘게 팔려 연간 목표를 빠르게 채웠다. 이후 크림, 선에센스, 클렌저로 라인업을 넓혔다.
처음 화장품은 hy의 자사몰 '프레딧'을 키우는 수단이었다. hy는 2017년 매출 1조원을 넘긴 뒤 성장이 정체됐고, 2021년 사명을 바꾸며 종합유통기업 전환을 선언했다. 유산균 화장품은 프레딧의 차별화 상품으로 기획됐고, 2024년에는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제조는 화장품 ODM 업체에 맡겼고, 전국 1만1000명(2023년 기준)의 프레시매니저를 통한 맞춤형 화장품 추천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 1세대 브랜드는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그런데 hy의 진짜 승부처는 완제품보다 원료다. hy는 2021년 원료 브랜드 'hyLabs'를 만들어 자체 균주를 다른 기업에 공급한다. 2025년 B2B 원료 매출은 약 150억원으로 27% 늘었고, 체지방 감소 원료가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목표는 200억원 이상이다. 균주 HY7714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서 식약처로부터 피부 보습과 자외선 손상으로부터 피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기능성을 개별 인정받았고(제2015-1호), 미국 FDA 신규 식이원료(NDI) 신고도 마쳤다. 이 기능성은 먹는 원료에 대한 인정으로, 화장품의 효능과는 구분된다.
해외 인정도 받았다. 지난 7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NutraIngredients USA Awards 2026'에서 HY7714는 먹는 뷰티(Beauty from Within) 부문 올해의 원료로 뽑혔고, 체지방 감소 유산균도 마이크로바이옴 조절 부문에서 함께 수상했다. 바르는 화장품과 먹는 이너뷰티를 하나의 균주로 동시에 공략하는 구조다. 그 바탕에는 hy 중앙연구소가 모은 자사 균주 5096종이 있다.
그리고 hy는 원료로 증명한 기술을 다시 자체 브랜드로 가져온다. hy는 HY7714를 핵심 소재로 한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아이오셀(IOCell)'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프레스티지 웰니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hy는 프레딧뷰티와는 별개의 브랜드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론칭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뷰티 서포터즈 1기가 10월 12일부터 11월 15일까지 활동하며 사전 홍보에 들어갔다. 1세대 브랜드의 경험을 거쳐, 원료 B2B와 해외 수상으로 균주 경쟁력을 증명한 뒤 프리미엄 B2C로 돌아오는 셈이다. hy는 HY7714를 피부뿐 아니라 이너뷰티, 펫푸드까지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들어가는 길은 제각각: 식품기업의 뷰티 진출 4가지 방식
같은 '뷰티 진출'이라도 위험을 얼마나 지느냐에 따라 방식이 크게 갈린다.
방식 | 기업 | 내용 | 시기 |
자체 원료 기반 브랜드·B2B | hy | HY7714 원료 공급, 프리미엄 브랜드 '아이오셀' 준비 | 2023년~ |
완제품 브랜드 + 공장 인수 | 동원홈푸드 | 회생 중인 참존 인수 추진 | 2026년 9월~ |
제조사(ODM) 인수 | 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 | 화장품 ODM 비앤비코리아 인수 | 2024년 10월 |
지분·재무적 투자(PEF) | 신세계푸드 | 씨앤씨인터내셔널 인수 펀드에 500억원 출자 | 2025년 10월 |
하이트진로는 브랜드가 아닌 공장을 샀다. 맥주 냉각기를 만드는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2024년 10월 화장품 ODM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 메디큐브 등 10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만든다. 직접 브랜드를 키우면 재고와 마케팅 위험을 떠안지만, ODM은 브랜드 흥행 위험을 직접 지지 않으면서 K뷰티 성장의 수혜를 받는 구조다. 실제로 비앤비코리아는 2022년 매출 329억원에서 2024년 매출 803억원, 영업이익 166억원으로 빠르게 커졌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한 발 더 물러섰다. 사모펀드가 색조 화장품 ODM 씨앤씨인터내셔널을 인수할 때 500억원을 출자해 펀드 지분 36.9%를 확보했다. 회사는 단순 재무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직접 사업을 하기보다 성장하는 시장에 투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농심과 오리온은 원료와 B2B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3월 바이오 뷰티 브랜드 아로셀과 손잡고 자사 건강기능식품의 저분자 콜라겐 원료를 공급하기로 했다. 오리온은 자회사 오리온제주용암수의 사업목적에 화장품책임판매업을 추가했다. 해외 사업이 탄탄한 두 회사는 직접 진출보다 협업과 원료 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CJ도 일찍이 문을 두드렸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화장품 원료 브랜드를 선보인 바 있고, 2009년에는 이너뷰티 브랜드 '이너비'를 내놓았다. 식품기업에게는 바르는 화장품보다 먹는 뷰티가 더 자연스러운 영역일 수 있다는 힌트다.
해외의 거울: 일본 야쿠르트 선례
같은 유산균 음료에서 출발한 일본 야쿠르트도 일찍이 화장품으로 갔다. 일본 야쿠르트 본사는 유산균 발효 성분으로 1954년 첫 화장품을 내놓았고, 1971년 화장품 판매를 본격화했다. 주요 라인 중 하나인 '락트듀'는 유산균 발효로 만든 독자 보습 성분을 쓰고, 제품은 온라인몰과 함께 '야쿠르트 레이디'의 방문판매로도 판다. 유산균 기술과 배달망을 화장품으로 잇는다는 점에서 hy의 구상과 닮았다. 다만 두 회사는 각자 독자적으로 경영되는 별개의 회사다.
성공의 조건: 돈보다 '뷰티 문법'
화장품 시장은 들어가기는 쉬워도 살아남기는 어렵다. 브랜드는 쉽게 생기는 만큼 빠르게 사라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고 마케팅 의존도가 높아, 식품기업이 단기간에 전문성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본다.
먼저 화장품에 뛰어든 제약사들의 경험이 힌트를 준다. 동화약품은 LG생활건강 출신, 대원제약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은 아모레퍼시픽 출신 뷰티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전통 제약사들이 뷰티 인재를 잇따라 데려오고 있다. 예전에는 제약사가 만든 화장품이라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이 됐지만, 이제는 브랜드를 키우고 해외로 넓히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갈림길은 세 가지다. 첫째, 본업 기술이 화장품에서 진짜 차별점이 되는가(hy의 균주처럼). 둘째,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을 아는 사람을 확보했는가. 셋째, 바르는 화장품과 먹는 이너뷰티 중 어디가 자기 회사에 맞는가.
식품기업의 뷰티 도전이 성공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건, 본업에서 쌓은 기술과 유통망을 새 시장에서 어떻게 살리느냐가 승부처라는 점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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