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기업은 왜 축구 라커룸으로 갔나
로레알 그룹이 2028년까지 PSG 공식 뷰티 파트너가 됐다. 참여 브랜드, 양측이 공유하는 것, 니베아 맨·에스티 로더·로레알 파리의 선례, 그리고 브랜드가 읽어야 할 신호까지 정리했다.
Oct 26, 2026
- 로레알 그룹이 2026년 10월 8일 PSG의 공식 뷰티 파트너가 됐다. 계약은 2028년까지, 첫 참여 브랜드는 비쉬(Vichy)다. 그룹 차원에서 축구 클럽과 손잡은 건 처음이다.
- 계약의 핵심은 로고 노출이 아니라 라커룸 제품 공급, 선수 피부·두피 관찰연구, 홈경기 팬 체험을 하나로 묶은 구조다.
- 뷰티의 축구 진출은 새롭지 않다. 새로운 건 '광고'에서 '근거'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로레알 그룹은 PSG와 직접 손잡았다. 이번에는 브랜드 하나가 아니라 그룹 전체가 나섰다. 세계 1위 뷰티 기업은 왜 축구 클럽의 라커룸까지 들어갔을까.
계약 한 장 요약: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PSG와 로레알 그룹은 2026년 10월 8일 2028년까지 이어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로레알은 PSG의 '공식 뷰티 파트너'가 되고, 그룹 산하 여러 브랜드가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한국에는 10월 21일 별도로 발표됐다.
현재 이름이 나온 브랜드는 비쉬 하나다. 비쉬는 PSG 남자 1군의 공식 스킨케어·헤어케어 파트너가 됐다. 그 외 브랜드는 아직 미정이다. 프랑스 스포츠 매체 SPORTMAG도 로레알이 비쉬 외에 어떤 브랜드가 합류할지 밝히지 않았다고 짚었다.
비쉬는 1931년 프랑스 비쉬 온천센터에서 프로스페 할레 박사가 세운 브랜드로, 스스로를 건강과 뷰티를 잇는 더마코스메틱의 선구자라고 소개한다. 전 세계 피부과 전문의 8만 명이 추천한다는 것이 브랜드의 대표 문구다.
로레알과 PSG가 나누는 세 가지
이번 계약을 두고 국내외 매체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점은 '무엇을 공유하느냐'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제품이 라커룸에 들어간다. 훈련장인 푸아시의 PSG 캠퍼스와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에 세럼, 자외선 차단제, 샴푸가 비치된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데오도란트와 비듬·탈모 케어 샴푸도 포함된다. 꾸미는 화장품이 아니라 관리하는 화장품이다. 땡볕 아래 훈련하고, 땀에 젖고, 훈련 뒤 샤워하는 선수의 일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둘째, 공동 연구를 한다. 이번 계약의 진짜 차별점이다. 비쉬 연구팀이 PSG 캠퍼스에 합류해 피부 건강, 두피 건강, 웰빙, 경기력에 관한 관찰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에서 얻은 내용은 '통합 건강(integrative health)'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 일반 대중과 나눈다. 선수의 얼굴만 광고에 쓰는 계약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셋째, 팬 체험을 만든다. 일부 홈경기에서 로레알 브랜드들이 팬 대상 독점 체험을 선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선수가 쓰고, 연구팀이 기록하고, 팬이 경험하는 구조다. 광고와 연구, 실제 사용을 하나의 계약에 넣었다.
복선은 반년 전에 깔려 있었다
이 계약은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 비쉬는 2026년 4월 24일 PSG 미드필더 비티냐를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표했다. 비티냐는 데르코스 비듬 케어, 데르코스 탈모 케어, 그리고 새 데오도란트 라인 캠페인의 얼굴이 됐다. 비쉬 측은 그를 통해 전문가 기반 셀프케어에 관심 있는 새 세대 남성 소비자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순서를 보면 흐름이 읽힌다. 선수 한 명과의 모델 계약이 먼저 있었고, 반년 뒤 구단의 시설·의료진·콘텐츠 전체로 범위가 넓어졌다. 개인 앰배서더에서 구단 파트너십으로 올라간 '계단식' 접근으로 읽힌다.
PSG의 첫 뷰티 파트너는 니베아 맨이었다
뷰티 브랜드가 PSG와 손잡은 건 처음이 아니다. 독일 베어스도르프의 니베아 맨은 2013-14 시즌부터 PSG의 공식 스폰서였다. 초기 계약은 파르크 데 프랭스 광고판과 TV 광고 중심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나온 니베아 맨 데오도란트 광고가 유명했고, 2018년에는 네이마르·티아고 실바·음바페가 출연한 #ReadyfortheGame 캠페인으로 브라질까지 확장했다.
다른 빅클럽에도 선례가 있다.
브랜드 × 파트너 | 시작 | 특징 |
니베아 맨 × 레알 마드리드 | 2013 | 2030년까지 연장. 글로벌 한정판 'Real Madrid by Nivea Men' 라인 출시, 라커룸 제품 공급 |
에스티 로더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023 | 맨유 최초의 스킨케어 파트너. 아시아 팬층 공략 |
로레알 파리 × 아스널 | 2025.03 | 로레알 파리 UK&I(영국·아일랜드 법인) 계약. 공식 남성 헤어케어 파트너(엘세브). 9월 장기 계약으로 격상, 12월 데클란 라이스 모델 발탁 |
유니레버 × 유로 2024 | 2024 | 렉소나·도브 맨플러스케어·액스 등 참여. 클럽이 아닌 대회 후원 |
여기서 '로레알 최초'라는 표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로레알 파리라는 '브랜드'는 이미 아스널과 손잡고 있었다. 이번 PSG 계약이 처음인 건 로레알 '그룹'이 직접 계약 주체가 됐다는 점이다. 브랜드 단위 경험이 쌓인 뒤 그룹이 직접 나선 셈이다.
로레알이 얻는 것: 팬 접점, 그리고 효능의 근거
접점의 크기. PSG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2억 5천만 명이 넘는다. 스포츠뿐 아니라 패션·음악·예술·라이프스타일로 브랜드를 넓혀온 클럽이라, 뷰티가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흔히 '남성 고객 공략'으로만 읽히지만, 전 세계 축구 팬의 약 38%가 여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장 엔진의 강화. 비쉬가 속한 더마톨로지컬 뷰티 부문은 2025년 매출 약 72억 유로로 그룹 매출(440억 5천만 유로)의 약 16%를 차지했고, 성장률은 그룹 전체를 웃돌았다. 향수나 색조가 아니라 피부·두피 건강을 앞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거 자산. 더마 제품은 ‘왜 효과가 있는가’를 설명해야 팔린다. 매일 의료진의 관리를 받는 엘리트 선수의 피부·두피 데이터는 광고 문구가 아닌 이야기가 된다. 프랑스 매체도 비쉬의 가장 큰 이점으로 '선수가 매일 관리받는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PSG가 얻는 것: 경기 없는 날의 매출
딜로이트 '풋볼 머니리그 2026'에 따르면 PSG의 2024-25시즌 매출은 8억 3,700만 유로로 세계 4위다. 상위 20개 구단에서 후원·상품 등 상업 수입은 전체의 43%로, 3년 연속 가장 큰 수입원이었다. 입장권과 중계권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PSG는 이미 패션·라이프스타일로 영토를 넓혀왔다. 프랑스 광고 전문지는 이번 계약을 '스포츠·패션·라이프스타일에 이어 뷰티가 파리 라커룸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돈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뷰티 기업의 연구진이 캠퍼스의 퍼포먼스 생태계에 합류한다는 점도 자산이다.
염색약 회사와 합병 클럽, 파리가 묶은 61년 차이
양측이 가장 강조한 공통점은 '파리 출신'이다. 두 회사의 출발은 꽤 대조적이다.
로레알(1909) — 화학자 외젠 슈엘레르가 1907년 '오레알(Oréale)'이라는 염모제를 개발했고, 1909년 '프랑스 무해 헤어 염료 회사'를 등록했다. 사명은 이 염료 이름에서 나왔다. 1934년 비누 없는 샴푸, 1935년 선케어 오일 '앙브르 솔레르'를 내놓았고, 1939년 로레알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1963년 상장 후 랑콤·비오템·가르니에 등을 인수하며 세계 1위가 됐다. 두피와 자외선은 로레알이 초창기부터 다루던 영역이다. 그로부터 90여 년 뒤 PSG 라커룸에 들어간 품목이 샴푸와 자외선 차단제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PSG(1970) — 1970년 8월 12일 파리 FC와 스타드 생제르맹이 합병해 탄생했고, 2년 뒤인 1972년 파리 FC가 다시 분리돼 나갔다. 2011년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가 대주주가 되면서 전환점을 맞았고, 2025년 인터 밀란을 5-0으로 꺾고 첫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2026년에는 챔피언스리그 체제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두 번째 2연패 클럽이 됐고, 리그1 5연패와 통산 14번째 우승도 챙겼다.
117년 된 뷰티 기업과 56년 된 축구 클럽. 역사는 다르지만, 두 조직이 내세운 건 '프랑스적 탁월함(French excellence)'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같은 목표다.
브랜드가 이 계약에서 읽어야 할 세 가지
1. 노출보다 '사용 장면'이다. 2013년 니베아 맨의 초기 PSG 계약은 광고판과 TV 광고가 중심이었다. 13년 뒤 로레알의 계약은 라커룸과 샤워실에서 시작한다. 소비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로고가 아니라 '그 선수가 실제로 무엇을 쓰는가'다.
2. 효능 메시지에는 근거가 따라야 한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차별화된 항목은 광고가 아니라 연구다. 스포츠 마케팅이 관심을 만든다면, 구매를 설득하는 건 데이터와 전문가의 말이다. 국내 브랜드라면 모델의 유명세보다 인체적용시험이나 전문가 협업 같은 '근거 한 장'을 먼저 준비하는 게 같은 방향이다.
3. 한 번에 크게보다 계단식으로. 로레알의 두 트랙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계단식 구조가 보인다. 로레알 파리 영국 법인은 아스널과 단기 캠페인으로 시작해 장기 계약으로 넓혔고, 비쉬는 선수 앰배서더(비티냐)로 시작해 반년 뒤 그룹 단위 구단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로레알이 밝힌 전략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작은 단위에서 시작해 넓혀간 모양새다. 예산이 작은 브랜드일수록 작은 단위로 반응을 확인하고 넓혀가는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마무리
로레알은 그룹 차원에서 PSG와 손잡았다. 하지만 이 계약의 진짜 승부처는 트로피가 아니다. 선수의 라커룸에서 시작한 관리 습관이 팬의 욕실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비쉬 외에 어떤 브랜드가 합류할지, 관찰연구가 어떤 콘텐츠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뷰티 업계의 스포츠 마케팅이 '누가 광고하느냐'에서 '무엇을 근거로 내미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8년까지, 파리의 라커룸을 지켜볼 이유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레알과 PSG의 파트너십은 언제까지인가요?
A. 2026년 10월 8일 발표됐고 2028년까지다.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Q. 어떤 브랜드가 참여하나요?
A. 현재 확정된 브랜드는 비쉬다. PSG 남자 1군의 공식 스킨케어·헤어케어 파트너다. 로레알은 여러 브랜드가 순차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브랜드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Q. 로레알의 첫 축구 파트너십인가요?
A. 로레알 '그룹' 차원에서는 처음이다. 다만 산하 브랜드인 로레알 파리의 영국·아일랜드 법인이 2025년 3월부터 아스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Q. PSG에 뷰티 파트너가 있었던 적이 있나요?
A. 있다. 니베아 맨이 2013-14 시즌부터 PSG의 공식 스폰서였고, 즐라탄·네이마르·음바페 등이 광고에 출연했다.
출처
- Vichy Laboratoires signs PSG footballer Vitinha as Global Brand Ambassador (PR Newswire,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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